|
|
|
↑↑ NULL |
ⓒ 문경시민신문 |
|
겨울이 오기를 바라요 싱그러운 봄은 당장 만날 수 없지만 당분간 고통의 나날을 참아낼 수 있어요 왜 이다지도 겨울만 되면 雪렐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겨울 앞에 서 있기가 참 망설여져요 마냥 낯설지 않게 내리는 첫눈이 첫 사랑할 무렵, 그 무렵인데
‘이잇~잖아요’
고와서 불러봅니다 첫 번째는 초면에 만난 첫인상이 무턱대고 고와서 불러보고
두 번째는 커피 한 잔 마시며 찬찬히 살펴보고 터무니없이 고와서 불러보고
세 번째는 돌아서서 걸어가는 뒷모습이 얼토당토않게 고와서 침 삼키듯 말을 아낍니다
고와서 불러보지만, 가슴팍이 아리고 쿵쾅거려서 더는 물어보질 못합니다 귀가 십 리로 멀어지고 눈 내리는 풍경이 새하얗게 눈부시고 하염없이 감기로 아파서 입을 열 수가 없는 묵비권의 약조인 듯 헤아릴 수 없을 만큼 겨울을 끙끙 앓습니다
‘다시 볼 수 있을까요’
그 말이 어쩜 그렇게 안 나왔을까 어처구니없이 고와서 속으로만 불러봅니다
‘저기요, 첫눈이 내려요’
이종근 시인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문예창작전문가과정 수료 및 중앙대학교(행정학석사).『미네르바』신인상.《서귀포문학작품상》,《박종철문학상》,《부마민주문학상》등 수상. <충남문화관광재단>등 창작지원금 수혜. 시집『광대, 청바지를 입다』(2022),『도레미파솔라시도』(2023).
onekorea200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