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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경시민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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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좋은 강이었다
그 강 속에 붉은 해가 살고 있었다
해가 은모래와 조약돌과 까마귀 눈깔빛 오석을 키웠다
머리가 큰 모래무지와 수염과 집게가 긴 징거미와
메기보다 머리가 납작한 누런 텅개이가
구부러진 그림자를 설레설레 끌고 다녔다
그 강을 소년이 지키고 있었는데
지금은 갈대가 강의 절반을 무단 점령하고
비와 눈도 구분 못하는
이상한 바람이 무지개를 지우고
녹슨 물결의 날을 옥갈고 있다
왕 좋은 산이었다
그 산 속에 작은 무덤이 누워 있었다
무덤이 무시로 질경이와 구절초와 민들레꽃을 피웠다
목이 긴 학과 알락달락 보호색을 띤 꽃뱀과
볼 부은 참개구리가
서로 눈치 보며 용케 무덤가에 살고 있었다
소년이 구르고 놀던 묏등에
지금은 어설픈 봉발의 사자 한 마리 엎드려
좌청룡 우백호도 사라지고
한 해 한번은 낙엽이 남루를 입히며
푸른 초장草場의 숨만 근근이 내쉬고 있다
김병중 시인 약력
1955년 문경 농암(한우물)출생
문창고 1회 졸업 ,시인, 문학평론가, 스토리텔러
중앙대 예술학석사,
문예교양지 『연인』 편집위원
시 집 『청담동시인의 외눈박이 사랑』외 13권
산문집 『별주부전』 『누드공항』
평론집 『짧은 시, 그리고 긴 생각』
장편역사소설 『짐새의 깃털』
역사논문집 『윤하정 바로보기』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