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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자시 - 설 대목의 한 수

문경시민신문 기자 입력 2024.02.04 09:34 수정 2024.02.04 09:34

시(詩) - 이종근

ⓒ 문경시민신문
1. 좀 더 단호해지길 바랐지 설 맘 때 개봉하는 영화처럼 흥행을 노려봄 직했지 마라톤 경주에서처럼 간격을 더 벌리거나 역전을 노려야만 했지 오로지 1등만을 향한 처절한 사투, 장렬한 전사를 고집하지 말고 제발 살아서 돌아오라는 격렬한 이 대목에서의 정해진 웅변과 제스처는 다들 강력한 어필, 진정 애끓는 프러포즈이어야 하는데 애드리브를 동원해서 대충 반격하다가는 개그콘서트의 토막 난 대본이 되기 십상이지 아니, 당혹스럽지만 강렬한 지지를 받기는커녕 존재감이 덕담 밑으로 묻힐 일이지 어쩌면 갑남을녀의 입담은 이 거창하거나 왜소한 명절 위의 장단과 고저가 적정하게 담긴 결심을 두고 우선순위를 매기려 작정하고 있을 터이지 2. 그도 그럴 것이 시장통에 줄 서는 정치인들이 다 그렇지 수산시장에도 농산물 시장에도 전통시장에도 증권시장의 통정매매까지도 서로를 두고 대목이라 우겨대지 뒤울이가 매섭게 차지 손등이 동태처럼 얼지 악수가 호객행위처럼 시리지 설 경기가 녹슨 자전거 페달을 밟는 만큼 힘들고 어렵지 3. 역 앞에 당 대표단이 귀성 문구를 넣은 현수막을 들고 서 있지 당의 로고와 이름은 늘 세련되고 큼직하지 ‘고향 잘 다녀오시고 제발 나를 찍어주세요’ 때로는 고향을 찾지 못하거나 아예, 고향에 눌러앉을 사람들에게는 모독이 될 우려 섞인 문구지만 정치인이 귀성객에게 손 흔들어 인사하다가 베테랑 기자들이 줄줄이 빠지자, 이내 발 동동 구리며 승용차를 타고 어디론가 잽싸게 사라져 가지 기름값을 대신하여 표, 무더기로 모아 달라지 아하, 시외버스터미널은 대충 해서 시, 군, 구 동네에서 맡아 달라는 지침이 일찌감치 내려졌지 4. 설 특수, 중앙당 차원의 귀성 인사말을 너나없이 발표하지 당 대변인보다는 당 대표가 읽어야 가장 효과적이지 좀 더 화끈하고 달짝지근한 유식한 말을 대폭 넣어야 좋지 스토브 리그 같은 어젠다가 세팅되고 핫이슈가 파이팅 하는 시즌이지 걔 중에는 섬뜩한 폭로 하나쯤 흘려도 괜찮을 듯한데 정치에 줄 대거나 특종 하나 만져보지 못한 유능하고 훌륭하고 미래가 촉망받는 수습기자들에게도 명절 보너스처럼 말치레를 해줘야지 5. 문자 메시지라도 보내야 하지 가혹, 매혹, 현혹의 언어를 한방에 혹하게 SNS만큼은 유머러스하게 망가져야 해 6. 아참, 택시 기사 영입 케이스는 당 노동위원장으로 해야 하나 당 홍보위원장으로 해야 하나 민심을 바로 읽기보다는 여론 조작과 음모론에 좀 더 주력하지 7. 설 대목에 그대 목소리는 뭘 쏟아낼 거야 대형사고 재개발 등록금 공무원 시험 취업과 퇴직 시장 물가 비정규직 전셋집 로또 당첨 국민연금 출산율 의료와 복지 비리와 부조리 막걸리와 소주 아, 메리카노 쏟아져 내리는 코피, 8. 그리고 막연한 우상을 그리는 특명, 오로지 1등만을 향한 (지지하랴, 지지하랴) 예나 지금이나 설 대목은 늘 당혹, 지루하고 빡세지 이종근 시인 중앙대학교(행정학석사).『미네르바』및『예술세계(한국예총)』등단.《서귀포문학작품상》,《박종철문학상》,《부마민주문학상》등 수상. <천안문화재단>, <충남문화관광재단>등 창작지원금 수혜. 시집『광대, 청바지를 입다』(2022),『도레미파솔라시도』(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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