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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경시민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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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줍음 잘 타는 새색시처럼 가슴 설레는
목련이 피는 아침이 오면
굽이굽이 허물어진 담장 너머로
고운 이슬 먹고사는 해가
금세라도 등마루를 타고 올라와
내 겨드랑이를 괴롭히듯 사각사각하며
두 눈망울의 잠결은 꿈적 않지만, 눈이 부십니다
춘 사월의 아침은 매양 버릇처럼 먼저 일어나
헝클어진 머리채로 고개를 삐쭉삐쭉 내밀곤 합니다
이참에 묻는 거지만 간밤의 달님은 어디로 갔나요?
길고 포근한 밤의 생각 속에서 달빛으로 머물다가
목련이 피는 아침이 오면
먼 그리움의 임을 오랜 세월 동안 지닌
아픈 기다림은 극진한 봄의 소리를 듣습니다
이참에 안 거지만 그리운 내 임은
따스한 봄날의 아침이 오면
나뭇가지마다 피어나는 목련이 되어
굽이굽이 무춤하여 담장 너머로
고결한 울음이 얌전하게 널브러져 있습니다
아픈 그리움과 먼 기다림 속,
순차(順次) 하는 이 고귀한 정분(情分)
<작가소개>
이종근 시인
중앙대학교 행정대학원(석사) 졸업함. 계간《미네르바》등단.『상주동학농민혁명기념문집』,『낙강시제(洛江詩祭)시선집』,『대구10월문학제』,『서울시(詩)-모두의시집』등에 참여. 《서귀포문학작품공모전》,《박종철문학상》,《부마민주항쟁문학창작공모전》,《국립임실호국원나라사랑시공모전》,《전국효석백일장》,《부천복사골백일장》,《제주문학관개관기념문예작품공모》등에서 수상.
onekorea200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