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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경시민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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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중허리에 시커먼 사각 구멍이 뚫리면서
작은 일개미들이 모였다
은혜가 더한다는 가은加恩이라는 땅에
은성銀城이라는 새 지명이 생기고
무쇠 가시랑차가 주렁주렁 고빼를 달았다
그러다 구멍이 점점 좁아지자
갱도 입구에는 박물관이 들어서고
광개토대왕이 검은 굴을 향해 호령을 한다
토인들이여, 어서 밖으로 나와 나를 따르라!
증산보국을 위해
하루 세 번 탈출하라고 사이렌이 울던
갑방 을방 병방
세 개의 방을 돌며 하늘 두 개를 이고 살았는데
광부의 아낙들은 검은 판잣집에서
방물장수 아지매가 오면
값나가는 토종 흑돼지 한 마리 키운다고
입술에 피를 머금듯 립스틱을 그리던
검은 피 흐르는 슬픈 흑토여!
하늘 보지 않고 사는 사람에겐 별이 없어도
이마에 단 간데라 불 하나로
희망의 기적을 울리며 맹렬하게 달려왔지만
기차가 오지 않는 녹슨 철길의 시간
진폐증이 뭔지 몰라도
보국이 무엇인지는 아는 일개미들은
묵묵히 여왕개미 모시며
어둠의 성을 새 빛으로 연
검은 돌서덜 앞에서 쿨룩쿨룩 기침하고 있다
김병중 시인 약력
1955년 문경 농암(한우물)출생
문창고 1회 졸업 ,시인, 문학평론가, 스토리텔러
중앙대 예술학석사,
문예교양지 『연인』 편집위원
시 집 『청담동시인의 외눈박이 사랑』외 13권
산문집 『별주부전』 『누드공항』
평론집 『짧은 시, 그리고 긴 생각』
장편역사소설 『짐새의 깃털』
역사논문집 『윤하정 바로보기』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