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시 김석태
한 해가 저물어 마냥 가버리듯
그렇게, 그저 그렇게 살렵니다
아쉬워 슬퍼하기보다는
감사하고 고마워하며
촛불처럼
그렇게, 그저 그렇게 타렵니다
이제까지 받고 베풀었던
우정과 사랑,
힘들게 했던 슬픔까지도
촛불에 함께 사르며
미련이나 후회없이
고마웠다는 말 남기고
그렇게, 그저 그렇게 지렵니다
지녔던 욕심, 하나하나 비우고
지키지 못했던 작은 약속
하나하나 떠올리며
두 손 모으고
발자국의 의미를 되새기며
눈 내린 들판을
똑바로 걸어가렵니다
마음 닫아 걸었던 잘못들
마음에 얼룩졌던 죄책감들
하나하나 겸손히 지우며
새해 새날들을 위해
빈 겨울 들판을 나아가렵니다
보고 듣고 말할 것, 넘 많아
멀미나는 세상에서
항상 깨어 살기 쉽진 않겠지만
순결한 눈
고운 목소리 간직하며
추워도 외로워도
새벽 별빛처럼 빛나는
그런 삶을 살아가렵니다
묵은 달력을 떼어내고
새 달력을 준비하며
시작은 자유이지만
끝은 자유롭지 못할
처절한 투쟁의 길을 가면서
감히 말하렵니다.
‘세월처럼 가거라, 독선이여 탐욕이여’
‘독수리처럼 오느라, 주권이여 정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