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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경시민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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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중복 개시, 앞으로
스물네 시간 동안
종일 먹어라,
부어라 마셔라
오직 한 곬,
입과 손으로만
찬양하라 부흥하라
아흐 아롱디리
아흐 아롱디리
2.
하여튼 너희들의
다급한 식성 때문에
일 년에 두세 번씩
꼼짝달싹도 못 하고
낑낑대며 슬슬
머리를 조아리고 있지
그 풍습, 그 모럴에
내 팔자가
상팔자는커녕
가장 슬픈 종족이지
3.
삼계탕, 거저 준다기에
급하게 뛰어왔더니만
숟가락 두고 왔네
냉면, 거저 준다기에
후다닥 뛰어왔더니만
젓가락 두고 왔네
수박, 거저 준다기에
부랴부랴 달려왔더니만
손뼉 칠 박수 두고 왔네
아무래도 내가
더위를 많이 먹었는가 보네
배부른 건지 허기진 건지
어이쿠~ 헛갈리네
4.
중복이라, 직장 회식하는 날인데 식사 메뉴 결정을 두고 그냥 내버려둬서도 안 되겠어, 접때 초복처럼 ‘사다리 타기’ 꼴찌를 되풀이해서도 안 되겠어, 불운한 불볕더위 아래에서 복불복에 끼일지 말지 마냥 고민만 깊어지다가 또 한 번 덤터기의 불명예를 뒤집어쓰고 말았어, ‘주사위 놀이’ 삼세판 가운데 연달아 패배하고 말았어, 역시나 초반 끗발이라는 효력도 없이 허구한 날, 땅바닥만 심하게 기는 복날의 개 끗발에 풍족한 지갑만 텅 비어가고 말았지, 뭐야?
(거, 내기 같은 거 하지 맙시다)
5.
저녁쯤에서야
보양식 끓이는 냄새가 술술
저녁놀처럼 피어오르니
철통 경계의 군인들,
하나둘씩 냅다
식당 안으로 뛰어듭니다
고향의
제 어머니가
오신 것 같습니다
이종근시인 약력
이종근 시인은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문예창작전문가과정을 수료하고 중앙대학교(행정학석사)를 마침.『미네르바』및『예술세계(한국예총)』신인상으로 등단함. 그리고《서귀포문학작품상》,《박종철문학상》,《부마민주항쟁문학상》등을 수상함. 아울러 <충남문화관광재단>등 창작지원금을 수혜함. 시집으로는『광대, 청바지를 입다』,『도레미파솔라시도』등이 있음.
onekorea200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