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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시와 문학이 있는 새재

중복 연작 (다섯 편)

문경시민신문 기자 입력 2025.07.28 17:22 수정 2025.07.28 05:22

시(詩)- 이종근

ⓒ 문경시민신문
1. 중복 개시, 앞으로 스물네 시간 동안 종일 먹어라, 부어라 마셔라 오직 한 곬, 입과 손으로만 찬양하라 부흥하라 아흐 아롱디리 아흐 아롱디리 2. 하여튼 너희들의 다급한 식성 때문에 일 년에 두세 번씩 꼼짝달싹도 못 하고 낑낑대며 슬슬 머리를 조아리고 있지 그 풍습, 그 모럴에 내 팔자가 상팔자는커녕 가장 슬픈 종족이지 3. 삼계탕, 거저 준다기에 급하게 뛰어왔더니만 숟가락 두고 왔네 냉면, 거저 준다기에 후다닥 뛰어왔더니만 젓가락 두고 왔네 수박, 거저 준다기에 부랴부랴 달려왔더니만 손뼉 칠 박수 두고 왔네 아무래도 내가 더위를 많이 먹었는가 보네 배부른 건지 허기진 건지 어이쿠~ 헛갈리네 4. 중복이라, 직장 회식하는 날인데 식사 메뉴 결정을 두고 그냥 내버려둬서도 안 되겠어, 접때 초복처럼 ‘사다리 타기’ 꼴찌를 되풀이해서도 안 되겠어, 불운한 불볕더위 아래에서 복불복에 끼일지 말지 마냥 고민만 깊어지다가 또 한 번 덤터기의 불명예를 뒤집어쓰고 말았어, ‘주사위 놀이’ 삼세판 가운데 연달아 패배하고 말았어, 역시나 초반 끗발이라는 효력도 없이 허구한 날, 땅바닥만 심하게 기는 복날의 개 끗발에 풍족한 지갑만 텅 비어가고 말았지, 뭐야? (거, 내기 같은 거 하지 맙시다) 5. 저녁쯤에서야 보양식 끓이는 냄새가 술술 저녁놀처럼 피어오르니 철통 경계의 군인들, 하나둘씩 냅다 식당 안으로 뛰어듭니다 고향의 제 어머니가 오신 것 같습니다 이종근시인 약력 이종근 시인​은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문예창작전문가과정을 수료하고 중앙대학교(행정학석사)를 마침.『미네르바』및『예술세계(한국예총)』신인상으로 등단함. 그리고《서귀포문학작품상》,《박종철문학상》,《부마민주항쟁문학상》등을 수상함. 아울러 <충남문화관광재단>등 창작지원금을 수혜함. 시집으로는『광대, 청바지를 입다』,『도레미파솔라시도』등이 있음. onekorea20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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