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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경시민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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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집 대문 옆에 살구나무 한그루 서 있었다
봄 나절 흰 꽃 총총 달고 있을 땐
무심히 지나쳤어도
땀이 짭조름해지는 칠월이면 군침이 넘어간다
떡살구 참살구 보리살구인지 몰라도
살구가 익어갈 때면
그 나무 밑을 얼씬 못하게 하신 할아버지
빛좋은 살구는 다홍으로 익지만
새콤달콤한 맛인지는 누구도 알지 못했다
바닥에 떨어진 살구 한 알
몰래 주워먹다 들켜 달아나려는데
떨어진 살구가 더 달다며
살구씨는 버리지말라며 손을 내미셨다
살보다 살구씨를 귀히 여기시던
할아버지 살구나무는 제자리에 서 있는데
나무 밑에서 살구 떨어지길 기다리던
소년이 초복 더위 앞에 고개를 떨군다
빛좋은 떡살구는 좋아해도
빚을 좋아하면 개처럼 산다는
빚좋은 개살구를 절대 먹지마라
던져주는 것만 먹고 사는 개(犬)살구보다
바람에 떨어진 참(眞)살구가 몸에 좋다시던
씨를 쪼개면 나오는 살구 속씨
독이 조금 들어 있어도
세상 숨쉬기를 윤하게 하는 약효 그리며
살구나무 지키신 할아버지를 그린다
김병중 시인 약력
1955년 문경 농암(한우물)출생
문창고 1회 졸업 ,시인, 문학평론가, 스토리텔러
중앙대 예술학석사,
문예교양지 『연인』 편집위원
시 집 『청담동시인의 외눈박이 사랑』외 13권
산문집 『별주부전』 『누드공항』
평론집 『짧은 시, 그리고 긴 생각』
장편역사소설 『짐새의 깃털』
역사논문집 『윤하정 바로보기』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