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문경시민신문 |
|
제비는 빈집에 집을 짓지 않고
사람이 사는 집에 짓는데
축복의 날 연미복을 입던 신랑이
어떻게 사는지 살펴보려는 것
제비는 나뭇가지에 앉지 않고
전깃줄에 나란히 앉는데
높이 솟구쳐 날기 위해 횃대를 구르며
멋진 비행을 보여 주려는 것
제비는 비를 기다리는 여름이 오면
낮게 날며 비를 몰고 오는데
비 맞은 제비를 바라보는 일이란
수영복 입은 멋진 선수를 응원하는 것
제비는 땀흘려 지은 곡식은 먹지 않고
들판의 벌레를 잡아주는데
농부의 일을 덜어주는 제비의 일이란
지치지 않는 즐거운 부역인 것
제비는 강남에서 와 강남으로 돌아가면서
마당 없는 곳을 찾아 흙집을 짓는데
고래등보다는 새우등의 초가집 추녀
부드러운 곡선 그리기를 좋아하는 것
제비가 날아오면 그대가 오고
제비가 날아가면 이내 이별인데
강남 제비가 오지 않는 무정한 봄
지에비 그리운 지에비야 어서 오렴아
김병중 시인 약력
1955년 문경 농암(한우물)출생
문창고 1회 졸업 ,시인, 문학평론가, 스토리텔러
중앙대 예술학석사,
문예교양지 『연인』 편집위원
시 집 『청담동시인의 외눈박이 사랑』외 13권
산문집 『별주부전』 『누드공항』
평론집 『짧은 시, 그리고 긴 생각』
장편역사소설 『짐새의 깃털』
역사논문집 『윤하정 바로보기』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