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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오피니언

술집 많은 동네, 술병나서 죽는 사람 많다

문경시민신문 기자 입력 2013.06.19 09:18 수정 2013.06.19 09:18

한국 거리에서 ‘알코올을 마실 수 있는 곳’은 그 어떤 상점을 찾는 것보다 쉽다. 대낮부터 음식점에서 알코올을 팔고, 집 주위 24시 편의점에서도 구매하거나 마실 수 있다. 사회 문화도 음주에 친숙해서, 회식이니 한잔, 집에 일찍 왔으니 한잔, 기분 좋아 한잔, 우울해서 한잔, 이렇게 2, 3차로 이어지는 술자리는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다. 2012년 보건복지부의 [정신보건사업 안내]를 보면, 한국 성인의 79%가 1년 동안 1잔 이상 음주를 하고, 알코올 관련 문제로 사망하는 사람이 하루 12명에 달한다. 이러한 알코올 관련 문제들은, 흔히들 얘기하듯 한국의 관대한 음주문화와 국민 의식 부족 때문일까? 이번에 소개할 논문은 이에 대한 답을 주점(레스토랑, 바, 호텔 등)의 밀집도에서 찾고 있다. 이 연구는 스위스 국가 코호트 자료를 사용해 430여 만을 추적 관찰, 2000년부터 2008년 사이의 알코올 관련 사망률과 지역사회 주점의 밀집도와의 관계를 살펴보았다. ‘밀집도’는 개인 거주지를 중심으로 1Km 반경 내에 있는 주점의 수로 정의하였다. 연구 결과는 매우 직관적이다. 주점의 밀집도가 높을수록 알코올 관련 사망률이 높았다. 성, 연령, 사회경제적 변수들의 영향을 모두 고려해(보정해) 알코올 관련 사망률을 발생 위험비(hazard ratio)로 산출한 분석에서, 거주지 중심 1Km이내 주점이 17개소 이상인 경우가 1Km이내 주점이 없는 경우에 비해 알코올 관련 사망률 발생이 더 많았다(남성 1.67배, 여성 2.56배). 달리 말해, 알코올에의 ‘접근성’이 높을수록 알코올 관련 질환으로 사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 연구 결과는 알코올 관련 문제들을 개인의 부주의나 잘못에서 기인한다고 생각하는 한국 사회에 시사점을 준다. 지역사회의 주류 판매소 수를 줄이거나 판매시간을 규제하는 등의 개입은 명백히 개인의 ‘절제’ 수준을 넘는다.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 주류를 구매할 수 있는 사회에서, 이러한 사회구조적 요인을 고려하지 않고 어떻게 문제의 해결을 바랄 수 있을까? 정부 당국의 인식이나 무관심은 충격적이다. 주류협회의 지원금 중단으로 최근 폐쇄 위기에 처한 카프병원 문제에서도, 관련 물질 판매로 이익을 내고도 사회적 책임을 회피하는 주류업계는 물론이고, 알코올 관련 문제의 예방과 해결에 무관심(을 넘는 ‘무능함’)을 여실히 노출하는 정부 당국은 상황을 악화시킬 뿐이다. 우리 사회의 인식 개선은, 문제의 명확한 파악과 적실성 있는 개입을 동반해야 한다. 술 취한 알코올 정책이 스스로 깨어나기를 기다리기 버겁다. /시민건강증진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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