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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경시민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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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에서는 약 20여년전부터 찻사발축제를 개최해오고 있다. 임진왜란 전후로 건너간 조선찻사발은 일본에서 국보 및 중요문화재로 지정되어 아주 높게 평가받고 있으며 상류귀족층의 차인들이 열광하는 도자기이다. 한편 오늘날 문경은 조선찻사발을 가장 빼어나게 재현한다고 평가받는 도공과 도요가 있는 곳이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다도문화가 커피 및 빨리빨리라는 인스탄트 문화의 거센 황톳물을 견디지 못하고 그 열기가 식어가는 감이 없지 않으나 일본에서 조선찻사발의 가치는 우리가 상상하는 그 이상임을 환기시키고 싶다.
임진왜란을 문화사적으로 보면 ‘도자기 전쟁’이라고 부르는데 그 중에서도 다완전쟁, 즉 찻사발전쟁이라고 부른다. 이유는 일본을 임진왜란을 통해 그토록 그들이 갈망하던 조선의 찻사발을 얻게되는 계기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임진왜란을 통해 적지 않은 조선도공들을 일본으로 끌고 감은 물론 찻사발과 함께 많은 도자기를 약탈해 갔다. 이때 끌려간 조선의 도공과 약탈해간 도자기는 일본의 도자산업의 근간이 되어 일본경제를 부흥시키는데 기여하였고 식생활과 차문화를 바꾸었으며 일본 다도의 초석이 되었다. 유럽에서 오늘날까지 일본 도자기가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데 그 모태는 조선이라고 보아야할 것이다.
일본의 陶祖라고 불리는 조선의 도공 이삼평과 심수관은 우리에게 잘 알려진 이름이다. 이들은 일본에서 도예가로서 아주 환대를 받고 있다. 도예가 심수관 15대는 일본에서 대한민국 명예총영사관이라는 직을 부여받아 도예가로서 명예롭게 활동하고 있다.
500여년의 역사를 가지고 일본의 모든 문화를 그 속에 아우르고 있다는 일본 다도는 조선의 찻그릇 위에 세워진 ‘심미주의의 종교’라고 말할 수 있다. 차 문화의 싹이 튼 15세기, 일본의 무로마치(室町)시대의 미 의식은 적막함, 쓸쓸함, 그리고 스산함이였다. 이후 오다노부나가 장군 및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활약했던 모모야마(桃山)시대는 일본다도가 완성된 시기이다. 승려이면서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차 스승이고 일본 와비차 다도를 완성시킨 센노리큐(千利休)는 자연으로 돌아가 꾸밈없이 사는 소박한 삶과 완벽하고 화려한 미(美)로 부터 불완전하고 검소한 것으로 돌아오는 미의식의 세계를 추구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이 주창하는 다도정신인 와비차(소박,검약한 다도)을 담아내는데 가장 적합한 찻그릇으로서 조선의 찻사발을 선택했다. 센노리큐가 확립한 이런 차 문화의 영향으로 조선의 찻사발 하나는 당시의 오사카성(城) 하나와도 바꾸지 않을 만큼 엄청난 가치를 지니게 되었고 다도를 하는 일본 최고 귀족들의 명예와 부의 상징이 되었다. 일부에서는 神 다음으로 떠받드는 신앙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한다.
일본의 고려 다완 연구가 하야시아의 조선 찻사발에 대한 평가는 매우 솔직하고 함축적이다. “이 고려다완이 물론 조선 시대의 막사발이긴 하지만 우리 일본인들에게는 신앙 그 자체였다. 우리에게 찻사발은 단순한 보물이 아닌 마음을 한없이 평화롭고 행복하게 또 숭고하게 했으며, 우리의 마음을 영원한 안식처로 이끌어 주었던 마치 神과도 같은 그런 존재였다고 술회하고 있다 ”
조선찻사발은 일본에서 국보 및 문화재로 지정되었고 일본 천황도 무릎 꿇고 보아야한다는 ‘神 같은 존재’ 로 신앙의 대상이 되기까지 하였다. 형태의 단순성, 꾸밈이 없는 무위성(無爲性), 무심,무욕,무작의 마음에서 나오는 소박성이 투영된 자연주의적 미학의 산물이다. 조선찻사발은 가식이 없고, 기교적이지 않아 자연스럽다. 무작위 작품의 최고경지라고까지 평가 한다.
얼마전 일본 동경에서 개최된 조선다완전 기조강연에서 동경국립박물관장은 “이토록 오랫동안 일본인의 가슴 깊숙이 들어와 감동을 주고 경건한 신앙의 대상으로 떠오른 물건가운데 조선의 막사발과 같은 것이 또 어디있으랴” 라고 부르짖었다. 그의 집안은 조선막사발을 조상대대로 가보로 간직해 내려오고 있다고 했다.
이러한 사실을 보면 일본인들이 얼마나 조선찻사발을 소중하게 여기는지를 알 수 있다. 이렇게 조선의 찻사발은 소박함으로 대변되는 일본의 와비차 문화덕분에 일본 상류귀족층 차인들로부터 우리가 상상하는 그 이상의 귀한 대접을 받고 있다.
예술은 참으로 아이로니컬하다. 우리가 막사발로 하찮게 여기는 그릇에 일본 상류귀족층이 매료되어 열광한다니 어떻게 이해를 해야 할지 모르겠다. 위대한 예술은 국경을 초월하여 인정받는 것일까, 아니면 우리문화의 가치를 우리가 제대로 발견하지 못한 탓일까. 아무튼 조선 찻사발은 일본차인들이 열광하는 엄청난 도자기임에는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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