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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러기 편지

문경시민신문 기자 입력 2023.12.26 15:50 수정 2023.12.26 03:50

시 (詩) - 김병중

ⓒ 문경시민신문
늦가을 시베리아 기러기가 대한에 오면 더듬더듬 한글부터 배우고 추수가 끝난 논을 열심히 매다가 봄에 돌아갈 땐 반들반들 윤기가 흐르는 날개로 푸른 하늘에다 ㄱ ㄴ ㅅ ㅈ ㅊ 온몸으로 글을 쓴다 농부가 논두렁에 놓고 간 낫을 보고 기역자를 배운 게 아닌 바람에 꺾인 갈대를 보고 묵음 또는 자음의 새들과 서걱이며 살다가 날개로는 고른 박자를 맞추고 기역기역 한글을 소리내어 읽는다 철새는 따뜻한 나라를 찾아 온 게 아니라 모국어를 배우러 와서 비뚤배뚤 줄을 맞춰 쓴 편지 한 장 남기고 가는 카레이스키 그가 따뜻한 우리의 봄을 오게 한다 김병중 시인 약력 1955년 문경 농암(한우물)출생 문창고 1회 졸업 ,시인, 문학평론가, 스토리텔러 중앙대 예술학석사, 문예교양지 『연인』 편집위원 시 집 『청담동시인의 외눈박이 사랑』외 13권 산문집 『별주부전』 『누드공항』 평론집 『짧은 시, 그리고 긴 생각』 장편역사소설 『짐새의 깃털』 역사논문집 『윤하정 바로보기』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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