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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경시민신문 | |
문경에 살면서 칠순을 넘기고, 우리나라 중진시인으로 우뚝한 김시종(金市宗) 시인이 31시집 ‘버섯시장’을 지난 5일 출간했다.
컴퓨터 워드를 그대로 복사해 엮은 가장 볼품없는 시집이다. 그러나 내용은 가장 감동적인 시집 중 하나임이 틀림없다. 이는 김 시인이 31권의 시집을 출판하면서 얻은 지혜다. “시가 좋아야지, 책이 좋을 필요는 없다”는 달관(達觀)의 지혜다.
그만큼 감동적이고, 해학(諧謔)적이며, 가슴을 치는 시 50여 편이 이 책에 실렸다. 문경시산림조합 앞에 가을이면 서는 송이버섯 시장을 보면서 얻은 인간들의 모습을 해학적으로 그린 ‘버섯시장-가을의 미각’은 단연 이 시집의 압권(壓卷)이다.
버섯시장
-가을의 미각
가을날
산림조합 광장에서
버섯시장이 열리고 있다.
버섯 중 가장 인기 있는 녀석은,
고추를 드러내고
스트립쇼를 벌이는 송이버섯이다.
장바구니를 든 아줌마들이
송이버섯 앞에서 침을 흘리고 있다.
촌철살인(寸鐵殺人)은 이를 두고 이를 것이다. 짧은 8행의 시에 이렇게 많은 이야기를 담아 내고, 이렇게 배꼽 잡는 웃음을 담아낸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김 시인은 ‘어록 산문시(語錄 散文詩)’에서 ‘능숙한 시보다 감동이 있는 시!’를 지향하며, ‘진짜 시인이 있듯이, 가짜 시인도 엄존한다.’고 일갈한다. 또 ‘문학상보다 문학작품이 우위’며, ‘문학은 지식이 아니고 지혜’라고 정의한다.
그런 70을 넘긴 시인의 철학이 이 시집 속 50여 편의 시에 고스란히 묻어있다. 도서출판 보성이 펴냈고, 104쪽 5천원이다. ‘은인 이종환 방송인의 죽음’ 등 24편의 에세이도 걸쭉하다.
김 시인은 현재 펜클럽한국본부 경상북도 지회장으로 ‘펜경북’ 발행인, ‘영강시안’ 발행인으로 왕성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